《呼 應 : 호 응》 – 권순익
2025.05.27 – 07.17






권순익 KWON SOON IK
《呼 應 : 호 응》 – 틈에서 울리는 응답의 미학
권순익의 회화는 반복과 집적, 그리고 물질에 대한 수행적 접근을 통해 존재와 세계 사이의 조용한 대화를 형상화한다. 이번 전시 〈呼應 : 호응〉은 그의 대표적인 연작 〈무아〉와 〈틈〉, 그리고 최근작 〈적‧연_틈〉을 통해 ‘틈’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작가와 재료, 관객과 작품 사이에서 일어나는 응답의 과정을 드러낸다.
〈무아〉 연작에서 그는 점을 반복적으로 찍고 쌓으며, 그 위에 흑연을 문질러 광택을 입힌다. 이는 단순한 형식이 아닌 자아를 비워내는 명상적 행위이며, 그 위에 남겨진 반짝이는 흔적은 작가가 존재에 다가서기 위해 수행한 시간의 응답이다.
이후 작업인 〈틈〉과 〈적‧연_틈〉에서는 두꺼운 물감 층 사이에 생기는 간극, 즉 ‘틈’이 중심에 놓인다. 그는 이 틈에 흑연을 반복해 문질러 어둡고 깊은 광택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결여의 공간이 치유와 교감의 장소로 전환된다. 물질을 ‘쌓고(積)’ ‘갈아내는(硏)’ 행위는 물성과 시간, 사유와 감각이 만나는 지점이다.
권순익에게 ‘호응’은 단순한 부름과 응답의 구조가 아니다. 그것은 자아를 지우는 반복 속에서 물질이 응답하도록 기다리는 태도이며, 화면 위의 틈은 그 긴장의 결과다. 이 틈은 작가의 손을 지나 관객의 시선에 이르러 비로소 열린다. 응답은 침묵 속에서도 가능하며, 그 조용한 울림은 화면을 통해 우리에게 도달한다.
이번 전시는 스스로의 물음과 응답이다. 우리는 이 틈 앞에서 무엇을 듣고, 어떻게 답할 것인가? 권순익의 회화는 그 물음을 말로 하기보다, 몸의 기억과 물질의 흔적을 통해 은유적으로 건넨다. 그리고 그 은유는, 지금 이곳의 삶에 스며들어 조용한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