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I SUNG CHUL_광화문
2024. 5. 17 – 6 .15
CHOI SUNG CHUL_광화문
인사동에서 50년을 달려온 백송갤러리는 종로구 부암동으로 이전하여 ‘Gallery B&S’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또 다른 역사를 이어갑니다. 그 일환으로 오랜 기간 조각의 다양성에 대해 고민하신 최성철 선생님과 함께 새로운 이름과 공간에서 전시《광화문》을 본화랑과 공동으로 개최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번 전시는 2024년 5월 17일에서 6월 15일까지 진행됩니다.
최성철 작가의 ‘색채 조각’은 물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때로는 자기고백적이고 설명적인 기존의 조각 문법에서 벗어나 조각에 색을 칠함으로써 재료의 핵심을 숨깁니다. 한눈에 그 재료의 색과 질감, 온도를 알 수 없기에 관람객은 더 궁금증을 갖고 작품을 탐색하게 됩니다.
Erect We Here(우리 여기 다시 서다). ‘똑바로 선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 에렉투스는 최초로 직립보행을 시작한 인류임과 동시에 최초로 언어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류입니다. 인간은 언어를 사용하며 의식과 논리를 갖게 되고, 이는 곧 실존주의적인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어쩌면 이때부터 우리는 늘 삶의 의미를 찾고자 ‘왜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고 스스로 질문하기를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요.
이러한 반복은 집단을 이루며 보편성을 형성하고, ‘나’가 아닌 ‘우리’는 비슷한 취향과 기호를 공유하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의 범주는 점차 커져 가며 강한 익명성으로 변해갑니다. 이 시점에서, 전시《광화문》은 도시에서의 삶이 만들어내는 집단의식, 그리고 보편성과 익명성을 다룹니다. 이곳에서 자리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힘과 기운을 전달하여 궁극적으로는 인간성 그 자체에 대한 질문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광화문 광장의 큰길 앞에서
바람을 맞이한다
너무 서러운 그 길에
바람은 스친다
그 옛날 봄 수 많은 꽃잎 떨어질때
서러움에 바람은 그냥 지났갔다
그 바람은 작은 꽃씨를 남기고
시청뜰 넘어 서울역 지나 한강 어디쯤 숨었다
시간을 너머 맑은 하늘아래
바람을 맞이하러 광화문광장 큰 길 앞에 선다
(최성철 작가노트 中)
최성철 작가는 광화문 인근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그곳에서 보아온 수많은 군상의 이미지가, 광화문 광장의 서러운 큰길 앞에서 맞이한 그 바람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청년인지 노인인지 알 수 없는 형태가 각기 다른 색과 빛을 내뿜으며 지금 여기 다시 서 있습니다. 이들은, 그리고 여러분은 이 길 위에 곧게 서서 이제 어디로 걸어갈 것인지 기대해봅니다.
Gallery B&S 대표 백 동 열